이상우 “하반기도 상반기만큼 오른다. 임대시장 먼저 안정시켜야 집값 잡을 것”

 



이상우 “하반기도 상반기만큼 오른다. 임대시장 먼저 안정시켜야 집값 잡을 것”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한 부동산도 계속 오를 겁니다. 하락론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크게 꺾이거나 아예 성장을 못 할 것이란 얘기와도 같아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잘 예측해 ‘족집게’라는 평이 따라붙는 것에 대해 “지방(대전) 출신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서울대)에 진학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집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을 뿐”이라면서 “‘부스트라다무스’라는 제목도 사실 낯뜨겁고 부끄럽다”고 웃었다.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베이드 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병훈 기자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베이드 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병훈 기자

―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오를까

“먼저 ‘땅은 신이 만들어 준 가장 희소한 재화’란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황 때 값이 오르지만, 불황 때도 오르게 된다. 특히 우량 부동산 자산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헷지(hedge) 투자처이기도 하다. 지금의 한국 부동산도 정확히는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바뀐 위상부터 봐야 한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은 물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세계 10위에 안착한 나라다.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를 중진국·개발도상국으로 봐도 세계에서는 선진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서울은 도쿄·파리·홍콩과 같은 급으로 본다.

선진국에서 부동산의 ‘큰 손’은 금융기관인데, 이들이 한국 부동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량국가의 우량 자산이기 때문이다. 사대문 안쪽이나 강남은 마치 뉴욕의 맨해튼이나 런던의 시티오브런던처럼 외국계 금융자본이 진출할 것이다. 이미 여의도 IFC는 캐나다의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가 인수하지 않았나. 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값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국내적 요인으로는 수요 심리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주택 매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나서면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정책당국이 가만있던 사람들을 들쑤신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똘똘한 한 채를 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정부가 가장 잘못한 지점이다.

그중에서도 1주택자를 건드린 것이 가장 큰 뇌관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을 연이어 올리기 시작하자, 세금 규제가 더 강해지기 전해 발빠르게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1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인한 거래 비용 때문에 아예 움직이지 못할 바엔, 보유세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수익성이 더 큰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시장을 지배했다.

여기서 촉발된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1가구 1주택자를 건드린 사례는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밖에 없었는데, 문재인 정부도 결국 노무현 정부와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

―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를까. 조정장은 언제쯤 올까

“서울 집값에 한정해 ‘소망을 담아 올해는 9.9% 상승할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상반기에만 이미 9.6% 올랐다. 9.9%에서 멈추면 좋겠지만 올 하반기 상승 폭도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본다. 내년의 경우는 아직 예측하기 이른 시점인 것 같다. 연말은 가봐야 가늠이 될 듯하다.

조정장의 시기와 폭은 예상을 못 한다. 정부는 2년 후 폭락할 수 있다는 ‘고점론’을 얘기하는데, 시장은 오히려 ‘그럼 2년 동안은 계속 오를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나. 저점이라 더 오를 가능성은 점칠 수 있어도, ‘지금이 고점인지’ 논란은 솔직히 답이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일단 조정장이 오려면 충분하게 공급하거나 거래를 아예 금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매수심리가 진정돼야 하는데, 진정될 만하면 정부가 계속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어서 지금으로선 눈으로 보이는 수급지수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이 상황에서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의 전략은 무엇일까

“1주택자는 ‘상급지 갈아타기’를 고려해볼 법하다. 특히 비(非)수도권의 경우 앞으로 인구 감소를 직격타로 맞을 텐데, 내가 사는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고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지금 같은 세금 규제 속에서도 ‘버티기’를 선택할 것이다. 잘되는 사업이라면 아무리 세금이 무서워도 폐업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또 정당한 다주택자가 무엇이 문제냐는 ‘실력주의’ 철학이 강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나라를 이끌 위치가 되면 세제도 바뀔 수 있다.

무주택자들은 이미 막막한 상황에 부딪힌 게 맞다. 어떤 결정을 하든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무주택자와 갈아타기를 고려 중인 1주택자에게 추천할 만한 입지는

“제가 쓴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에 잘 나와 있다. (웃음) 가장 먼저 전제해야 할 점은 꼭 ‘오르는’ 집에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는 ‘집의 가격이 오르냐 안 오르냐’보다 ‘살고 싶은데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주근접이든 학군이든 신축이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충족할 수 있다면 다른 조건을 포기하고라도 그 집을 사면 된다.

주거와 자산을 구분하되, 자산가치를 생각한다면 ‘돈 잘 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동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모든 투자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가장 분명한 원칙은 성장성 높은 직업·직장의 사람들이 모인 동네가 많이 오른다는 것이다. 성남의 판교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억눌렸던 개발자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판교를 중심으로 신분당선과 판교 통근버스 라인의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가산·구로디지털단지와 지식산업센터가 몰린 성수·문래동도 마찬가지다.

좀 더 넓히면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 라인의 이천·용인·평택·화성도 저력이 있다. 다만 회사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오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라 대체로 선호하는 지역이 정해지고, 그곳이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다.”

― 올해 초에는 주목할만한 입지로 ‘서연고안과’를 꼽았다. 중간 성적표와 또 다른 주목할만한 입지는

“‘서연고안과(서울 서초구, 부산 연제구, 경기 고양·안양·과천시)’는 KB아파트 매매지수 기준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게 올랐다. 고양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안양도 요즘 동안구를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과천은 이제야 속도를 내고 있고, 서초는 많이 올랐지만 원래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상승률은 낮아 보이고 있다. 서초의 상승률마저 높으면 ‘타이슨의 힘’이 ‘파퀴아오의 속도’와 합쳐지는 셈인데, 요즘 그럴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지역의 상승률이 가장 높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연초에 서연고안과를 말한 이유는 ‘가장 많이 오를 지역’이 아니라 ‘주목해야 할 지역’이라는 뜻이었단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도 ‘서연고안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중 서초와 과천은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 단독주택·빌라도 모두 오르고 있다. 왜 그런가

“아파트 규제에 의한 풍선효과나 재개발 얘기도 나오지만 이것들은 부차적인 변수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땅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아까 말했듯 부동산 투자는 결국 인플레이션 헷지의 수단이기도 한데, 문재인 정부 들어 토지·노동·자본의 생산요소 가격이 모두 오르니 인플레이션이 촉발돼 단독주택이나 빌라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든 게 다 오르니 같이 오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베이드 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병훈 기자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베이드 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병훈 기자

― 최근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기적으론 시장의 불안정을 키우지 않을까

“해답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타이밍을 실기(失期)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나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재건축되는 순간 시장은 폭등할 것이다. 그렇다고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막아서도 안 된다.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경기변동에 따른 진폭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막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시장의 진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민간이 정비사업에서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민간으로서는 어차피 자금 조달 과정에서 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기보다는 사업의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할 유인이 있다. 그래서 민간을 가만히 둬도 시장 가격 안에서 움직였을 것인데 오히려 민간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주저 없이) 임대사업자 규제를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 재건축·재개발도 임대시장이 안정돼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임대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정비사업에 따른 주거수요가 시장 진폭을 더 키워 방해물로 작용한다.

꼭 정비 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임대시장이 진정돼야 매매시장도 잡힌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30대는 물론 일부 40대들도 집을 매수하는 대신 전세를 선택했다. 그 누구도 전·월세가 급등하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임대사업자 제도 등 정부가 전세 공급을 촉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결과다.

임대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폐지를 취소하고 오히려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 불로소득이나 폭리라고 보는 시각 대신 정당한 사업으로 인정해주고 종부세 등 세 부담을 줄여야 전·월세 등 임대료도 내려갈 수 있다.”

―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더 필요한 혁신이 있다면

“정부가 정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다면 집값이 아니라 임대시장의 안정에 관여해야 한다. 저 역시 여러 지수·지표 중 전세가격에 가장 주목한다. 임대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을 전·월세 임대시장에 진출시키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경우 기관·법인들을 중심으로 주택 관리업이 성행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대규모 자본이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고 수익을 얻는 것인데, 이처럼 임대시장에도 빅 플레이어(big player)가 나와야 수급이 안정되기 쉽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라는 인식 아래 규제로 산업을 원천 봉쇄해놨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당시 ‘뉴스테이 사업’이 이런 방향을 담고 있어 부동산 시장 선진화의 시작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흐지부지됐다. 제대로 된 규모의 부동산 회사와 부동산업이 가지는 순기능을 인정하고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공공임대주택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공급량이라도 제대로 확보하길 바란다. 정말 소외당하고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려면 LH 돈으로 어설프게 질을 높이겠다는 얘기보다 공급량부터 신경 써야 한다.”

―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시장도 변화가 있을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서 더 안정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이제는 규제를 폐지해도 오르고, 그냥 둬도 오르게 됐다. 시장을 무시한 결과고, 그에 따라 생긴 음성 분야를 양성화시킬 때 나올 충격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다음 정권은 특히 전·월세 안정이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