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중 50, 60대 고독사가 많은 이유 뭘까

 

일본 남성 중 50, 60대 고독사가 많은 이유 뭘까

요코하마시에 사는 D(84세)씨는 6년 전에 부인과 사별 후 시영 주택에서 혼자 살았다. 2018년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취침 준비를 하는 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났을 때는 병원 침대라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자택에서 쓰러져 있는 D씨를 구급차가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지주막하출혈(뇌 표면의 동맥이 손상되면서 발행하는 질환, 뇌졸중의 일종)로 쓰러졌고, 병원에서 즉시 수술을 받은 후 건강하게 퇴원했다.

D 씨를 구출한 것은 고령자 주택에 부착된 긴급통보 시스템이었다. 고령자가 사는 집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센서가 있어 12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경비회사에 통보된다. 주택단지 경비원은 센서를 통해 D 씨 상태를 통보받고 서둘러 구급차를 불렀다. 만약 센서가 없었다면 D 씨는 고독사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고독사라는 말은 2010년 전후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하면서 등장했다. 고독사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혼자 사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이 모르게 자택에서 사망하고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는 죽음을 말한다. 『남성의 고독사』라는 책을 쓴 나가오카즈히로(長尾和宏)씨는 50대, 60대 남성 중에 고독사가 많고, 스스로 타인과 인연을 끊는 자기 부정적인 사람도 많다고 지적한다. 2020년 11월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가 발표한 ‘제5회 고독사 현상 리포트’도 나가오카즈히로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한 사람의 평균연령은 남성 61.6세, 여성 60.7세였다. 여성보다 남성의 고독사가 무려 5배 많았다.

도쿄도감찰의무원은 원인불명의 유병 사망자 사고 사망자를 조사하면서 독신세대가 자택에서 사망한 경우를 고독사로 분류해 성별, 연령별 수치를 정리하고 있다. 2017년 고독사로 추정된 사람은 남성 3325명, 여성 1452명으로 남성이 훨씬 많았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숫자가 늘어나지만, 남성은 60대 후반기에 가장 많았다. “독신여성은 혼자 살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지만, 남성은 지역사회와 관계가 없어 고립되기 쉽다. 또한 고독사뿐만 아니라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사망하는 대부분이 남성으로 음주가 영향을 주었다”고 감찰의무원은 그 배경과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나가오카즈히로 씨는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언제든지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요시코씨(77세)는 도쿄의 한 주택단지에서 15년째 자치회장을 맡아 활발하게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그 주택단지는 세대수가 1500세대 이상이고 독거고령자가 400명 정도 살고 있었다. 요시코씨는 주민끼리 보살핌 활동을 추진한 결과 5년 만에 그 단지에 고독사가 없어졌고, 그 후 10년 이상 고독사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요시코 씨는 남성의 고독사를 막는 방법으로 외부와 소통창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변에 이상이 있으면 이웃과 서로 돕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남성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남성은 일을 통해 소통하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희망하는 사람에게 공원의 청소를 맡기는 것도 좋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일하는 장소가 있고, 그곳에서 누군가 만날 수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2010년 이후 60세 이상 고령자의 독신세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령 여성의 독신세대가 많았지만, 10년 이후에는 남성도 크게 늘어나면서 60대 이상 고령자의 고독사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인과 사별한 남성도 있지만, 최근 생애미혼 남성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인과 사별한 65세 이상 독신남성 중에 스스로 일상생활을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본인의 사생활과 일생생활의 대부분을 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부인이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해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요리, 세탁, 청소도 못 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혼자 살게 되면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남성은 사전에 자립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립이란 일 해서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다.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고, 주변 이웃과 관계를 유지하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때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주변에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회사형 인간으로 일밖에 모르는 남성은 직장을 떠나서 다른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회사의 직책과 승진에만 얽매어 일하다 퇴직 후 아무런 직책이 없이 지역사회에 들어오면 좀처럼 인간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남성은 대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 요인 때문에 퇴직한 남성은 인간관계가 계속 좁아지거나 관계가 끊어진 채 고립된 생활을 하기 쉽다.

반면에 여성의 생활방식은 남성과 크게 다르다. 여성 중에는 지역사회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모여 취미를 즐기거나 쇼핑하는 사람이 많다. 남성처럼 연령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유연하게 살아간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독신세대끼리 한 곳에서 살거나 시설에서도 교류를 넓히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도 능숙하다. 하지만 남성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시설에서도 자존심을 내세우며 레크리에이션 등 단체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관계가 단절된 독신 남성은 본인의 건강과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도 가족과 지인, 행정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소통하지 못하거나 신변에 중대한 문제가 일어나도 주변에 잘 알리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을 매개로 지역사회에 참여하거나 이웃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고독사를 막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주택단지마다 고령 독신세대에 대한 안부대책을 마련하거나 센서와 같은 물리적 시스템을 설치해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독신생활에 대한 준비는 혼자서 노력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앞으로 남성 독신세대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사회의 지원체제도 필요하다. 기업은 퇴직 후 인생설계에 관한 교육을 통해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사회에서는 이런 고령 독신세대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간병과 복지제도를 독신세대가 대폭 늘어나는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병원, 간병시설, 자택 등 장소에서 가까운 가족이 없이 생활하는 독신 고령자를 더욱 세심하게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도 아무도 모르게 사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독신세대는 사망 후에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사전 대책으로서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고령자에게 ‘엔딩노트’를 배포하며 생전에 기록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엔딩노트의 항목을 차근차근 쓰다 보면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장래의 죽음을 대비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