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찍은 건 아니다" 를 벌써 까맣게 잊었나요 ?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좋아서 찍은 건 아니다"를 벌써 까맣게 잊었나요?

 독일 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1850∼1909)는 사람의 기억력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실험으로 보여줬습니다. 무작위로 자음과 모음을 섞어 만든 단어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외우도록 하고 일정 시간 뒤에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불과 20분 후에 평균적으로 60% 정도만 기억해냈고, 그 수치가 하루 뒤에는 34%, 한 달 뒤에는 21%로 떨어졌습니다.  

 이 에빙하우스의 실험은 수험생들에게 ‘복습만이 살길이다’는 가르침을 줍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희미해진 기억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4개월 전에 그 당의 주요 인사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알려드립니다. 4ㆍ7 재보궐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월 8일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입니다.  
 
ㆍ“국민의힘이 잘해서,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생각해서 표를 준 것이 아니다라는 언론의 뼈아픈 지적 고맙게 받아 안겠다. 국민의 위대함을, 해일 같은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우리가 자칫 오만하고 나태해지면 분노한 민심의 파도는 우리를 향할 것이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다.” -주호영 의원.
ㆍ“야당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정부 여당이 미워서 나타난 표심이다. 조금이라도 착각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하겠다” -유승민 전 의원.
ㆍ “이 표심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저희들에 대한 지지가 아닌 것을 안다. 민주당에게 든 큰 회초리가 또다시 우리를 향할 수 있다는 것도 그동안의 참패로 뼈저리게 느낀다.” -장제원 의원.
ㆍ“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다. ‘상식적으로 좀 살자’는 국민의 분노가 그간 폭주하던 여당에 견제구를 날렸을 뿐, 야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 야당이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라는 경고의 말들이 뼈아프다.” -윤희숙 의원.

 그날 당을 떠나며 남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경고도 상기시켜 드립니다.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 국민은 이러한 정당에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것이다.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변화하여 국민의 마음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하나 더 추가하면, 그날 아침 중앙일보에 제가 쓴 칼럼의 제목이 ‘꼭 좋아서 찍은 건 아니라네요’였습니다. 맨 마지막 두 문장은 ‘‘좋아서 찍어준 것 아니다’를 잊지 마십시오. 잘 보이는 곳에 크게 써 붙여 놓는 것도 좋겠습니다’였습니다. 학교 다닐 때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싸우는 방법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책상 앞에 써 붙여 놓은 것 아니었나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유권자들에게도 복습 효과가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민생 외면, 내부 권력 다툼, 공감력ㆍ감수성 부족의 정치는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시절의 기억을 부릅니다. 에빙하우스 제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네 차례 정도 복습하면 학습 내용이 뇌리에 굳건히 자리를 잡습니다. 쉽게 잊어버리거나 혼동해 믿을 게 못 되지만 한 번 고착되면 다시 지우기 어려운 게 사람의 기억입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한 기사를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