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김장은 하지 않겠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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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레터, 열 번째 이야기

"올해부터는 김장은 하지 않겠다.”

작년 이맘때, 엄마는 49년 만에 김장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입동(立冬)이 지나 겨울 문턱에 서면 치르던 큰일을 이제 하지 않겠다 결심한 것이죠. 엄마표 김치가 없는 밥상은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쪼글쪼글한 엄마의 손을 보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됐습니다. 엄마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김치를 담그는 가구보다, 사 먹는 가구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8년 대상 종가집에서 주부 2,8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56%가 김장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는데요, 2016년보다 9% 정도 증가한 수치죠.

김포자(김치 포기자)가 늘면서 사 먹는 김치 시장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2018년 2,523억 원에서 2020년 3,023억 원으로 처음으로 3,000억 원대를 돌파했죠. 1인 가구의 증가에 유명 요리 전문가들이 대거 상품 김치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 먹는 김치 시장에 가속이 붙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 먹을 맛있는 김치가 아주 많아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코로나 19로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해 김장을 하겠다'는 가구가 늘어난 것인데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장의향 조사에 따르면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구의 비중은 2019년 63% → 2020년 62%로 해마다 줄고 있었는데, 2021년 최근 조사에서는 63.3%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집밥이 늘면서 김장김치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되죠.

그리고, 엄마도 돌아왔습니다.

“사 먹으니깐 김칫값이 만만치가 않고
묵은지가 모자라서 반찬을 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올해부터 다시 김장한다.”

전화 너머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에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역시 뇌보다 침샘이 더 빠르더라고요. 돌아온 엄마에게 쉽게 하는 김장 트렌드를 설명해주고 싶었습니다. 배추, 젓갈, 소금 사러 몇 날 며칠을 돌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덜어 줄, 김장 노동의 백미라 말하는 배추 절이는 과정을 생략할, 심지어 김치통 준비조차 필요 없는 10분이면 김치가 완성되는 트렌드를 말이죠.

최근 담그는 김치 vs 사 먹는 김치 시장에 ‘쉽고 간편하게 담그는 김치’라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거든요.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김치통·절임배추·양념·육수를 넣어 무치기만 하면 10분 만에 김치가 완성되는 김치 밀키트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고 샘표식품에서는 올 4월 '새미네 부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배추를 절이지 않아도 김치가 완성되는 양념을 개발해 요리 초보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고 있죠.

다짜고짜 김치 밀키트, 김치 양념부터 시작하면 왠지 혼날 것 같아, 산지 직송 절임배추부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요즘엔 산지에서 배추를 절여서…”

“응 알아. 주문했어. 해남에서 올 거야.”

“아…. 그럼 젓갈은….”

“어 그것도 숙성한 거로 주문해서 김장하기 전날 도착해”

“그래? 엄마 김장하는 날 가면 될까?”

“아냐 대충 만들어진 것으로 온라인 주문했더니 아빠랑 무치기만 하면 될 것 같아. 오지 말고 주말에 김치 가지러 와.”

물론, 산처럼 쌓인 배추와 사생활을 넘나드는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 왁자지껄한 아줌마들의 웃음소리와 그 옆에 뛰어다니며 얻어먹던 김치 한 조각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엄마에게 엄마의 김장 재료를 고르는 안목과 손맛이 깊게 담긴 김치가 먹고 싶으니 49년 해왔던 거처럼 김장이라는 중노동을 해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김치를 담글 수 있다면... '나부터 김장 독립선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남겨준 강렬한 김장의 추억은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만의 김장의 추억을 저도 이제 고민할 때가 이제 된 것 같습니다.


[COOKING]에서 찾았습니다.

1. 김장철 알면 김치가 더 맛있어지는 배추 상식

재료를 잘 고르는 것 만으로 맛은 보장된다. 요리 전문가들이 꼽는 맛있는 맛있는 요리의 비결이죠. 이세라 객원기자가 농촌진흥원, 세계김치연구소 등 여러 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은 팁으로 배추 잘고르는 방법을 정리했어요. 김치 보관에 관한 비밀도 담고 있으니 김장을 앞두고 있다면 후루룩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2. 육즙 지켜주고 지방 걱정은 덜어주는 보쌈 레시피

김장에 보쌈이 빠지면 섭하죠. 큰 솥에 돼지고기를 넣고 푹 익힌 전통 방법도 좋지만, 오늘은 오븐을 활용해 겉은 바싹하고 손은 촉촉한 보쌈 레시피를 들고 왔어요. 고기를 오븐에 구으면 아미노기와 당이 결합해 표면이 노릇노릇해지는 마이야르 반응이 생기는데요. 고기집을 지날 때 풍기는 군침도는 향이 여기서 나오죠. 물론, 건강에는 물에 쌈거나 찜는 방법이 더 좋지만.... 김장이라는 큰일을 했는데, 입이라도 호강해야하지 않을까요.

3.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수 한그릇 안동국수


면 요리의 대가로 알려진 이유석 셰프가 연재하는 '이유석의 면면면'에서 찾아왔어요. 바로 만든 김치와 국수는 상상만해도 군침도는 조합이죠. 에세이에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시판용 육수로 안동국수를 끓이는 쉬운 레시피가 함께 있어요. 저도 따라해봤는데요, 쉽게 만들 수 있어 추천해요. 혹시 국수 만들기가 어렵다면 국수 역시 시판용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