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文정권, 칼과 총만 안 들었을 뿐 연성 독재 시도"

 


배수강 기자, 고재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독점 인터뷰

● “캠프 ‘문고리 3인방’ 없어…이재명과 1:1 회동 안 해”
● “요소수 대란, ‘미안하다’ 해야지 걱정할 일 아니라니…”
● “김종인이 어떻게 허수아비 되겠는가…경륜 존중”
● “왜 갈등 없겠나, 합당한 형태 선대위 만드는 중”
● 부산저축銀 부실수사 의혹 특검? “조작 선동”
● “지금 군사독재 가능한가? 쿠데타 성공할 수 있나?”
● 김오수 잔여 임기 보장? “文정부처럼 졸렬한 짓 안 해”
● “자영업자 긴급구제 안 하면 추후 재정 더 소요”
● “언론중재법 통과되면 이 정부 먼저 망해”
● 安과 단일화? “지금은 지켜보자…洪 모시려 노력 중”
● “신뢰만큼 값비싼 자산 없다, 불신만큼 허망한 게 없다”
● “가장 닮고 싶은 대통령은 박정희와 김대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11월 12일 늦은 오후.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2층에서 윤석열(61)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독점 인터뷰했다. 이날만 해도 윤 후보는 미국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접견하고 서울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언론은 "윤 후보가 처음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고 보도했다.

충혈된 눈 사이로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취재진에게 악수를 청하며 명함을 건넸다. 대개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업무용'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데 반해 그가 건넨 명함에는 실제 오랫동안 사용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인터뷰는 한 시간여 진행됐다. 빡빡한 일정 탓에 주요 질의는 서면으로 하고 30분간 대면 인터뷰를 하기로 했지만, 윤 후보는 저녁 식사를 미루고 인터뷰를 계속했다. 답변 참고 자료 없이 모든 질문에 즉답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답하기 민감할 법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에두르지 않고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與, 늘 선거에서 이기는 정치공학만 고려"

윤 후보는 기자와 만나기 이틀 전(11월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다녀왔다. 광주와 전남·북을 아우르는 호남은 보수 처지에선 난공불락의 성이다. 보수정당의 호남 득표율은 1992년 김영삼(민주자유당) 4.3%, 1997년 이회창(한나라당) 3.3%, 2002년 이회창(한나라당) 4.9%, 2007년 이명박(한나라당) 9.0%, 2012년 박근혜(새누리당) 10.5%, 2016년 홍준표(자유한국당) 2.5% 순이었다. 이와 관련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보수정당 대선후보 중 호남에서 10% 득표율을 넘긴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한 복안이 있나.

"특별히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호남 득표 전략이라고 세워놓은 건 없다. (전국) 지역별로 지역민이 희망하는 정책·공약은 이미 세워놨다. 호남지역 역시 특정 정당을 계속 밀어서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됐느냐, 또 법과 상식에 따라 정부가 운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우리 당을 지지한다. (대선 득표율이) 10%가 나오건 5%가 나오건 혹은 호남분들이 생각을 바꿔 그 이상이 나오건 모든 국민을 상대로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게 선거 전략이자 기조다."

- 여당은 윤 후보의 광주행에 대해 "광주 출장 정치쇼를 강행했다"는 논평을 냈다.

"그 사람들은 국가 운영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기보다 늘 선거에서 이기는 정치공학만 고려해 온 사람들이다. 나는 정치공학이 민심을 못 잡는다고 생각한다."

- 최근 중국의 일방적 조치로 불거진 '요소수 대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서민의 피해가 크다.

"요소수가 없으면 대형트럭은 시동을 걸 수가 없다. 당연히 요소수 공급을 다변화했어야 했다. 수입량의 90% 이상이 중국서 들어오게 돼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이 제대로 안 들어온 탓이라 변명한다. 실제 그런지, 아니면 (중국이) 우리한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기 위해 (조치를) 한 건지에 대해 정확한 진상 파악도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한)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뭔가. 발전소에 쓸 요소수를 차량으로 돌리겠다는 뜻인가? 기술적으로 그렇게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무슨 대책을 세워놓고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가. 준비를 못 해 미안하다고 해야지. (서민들이) 요소수 못 구해 난리고, 1만 원 하던 요소수가 지금 10만 원 아닌가."

"정치조직인데 갈등이 왜 없겠나"

캠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기간 중에도 수시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직업이 '대통령후보 멘토'로 불릴 만큼 한국 정치에서 희귀한 존재다.

-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문제를 놓고 말이 많다. 선대위 안에는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인물들도 있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흥선대원군 김종인, 어린 고종 윤석열"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갈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치조직인데 갈등이 왜 없겠나. 임명직 공무원 인사를 해도 갈등이 있다. 그걸 잘 풀어가는 게 정치다. 선거조직에는 캠페인 전략을 주도해 나가는 소수의 핵심 인물도 있게 마련이고,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에서 일할 사람들이 동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걸(선대위 구성) 갖고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고 언론을 통해 바깥에 있는 제3자가 훈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어떤 한 사람 의견이 아니라 모든 것을 종합해 가장 합당한 형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 오늘(11월 12일) 오전 김 전 위원장이 CBS 라디오에 나와 윤 후보를 겨냥해 "한 가지 개인적으로 충고를 해주는 건 뮈냐면, 사람에 너무나 집착할 것 같으면 성공을 못 한다"고 했다. 사실상 선대위 인적쇄신 혹은 물갈이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셈 아닌가.

"글쎄다.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닌가? 조직과 시스템도 중요하고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도 중요하다. (김 전 위원장이) 말씀한 취지가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중요하지 않나. 젊은 피도 중요하고 김 전 위원장처럼 경륜 있는 원로의 생각이나 경험도 중요하다."

- 맥락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정권 시절 '문고리 3인방'을 언급하면서 '비선이나 특정 2~3인에게 의지하는 식의 캠프 운영은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읽힌다.

"박근혜 정권 때의 문고리 3인방은 역할이 공개돼 있지도 않았고, 역량도 검증이 안 된 사람들이다. 우리 당에서 경선을 같이 치른 사람들은 전·현직 다선 의원들이고, 필요한 역량은 이미 검증됐다. 또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일하고 있다. 거기(문고리 3인방)하고는 다르다."

-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참여에 대해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잖아"라고도 했는데.

"우리가 김 전 위원장의 경륜을 배우고 모시려고 한다면 어떻게 (김 전 위원장이) 허수아비가 되겠는가. 글쎄다. 무슨 차원에서 그런…. 실제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맞나?"

-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야 없겠지만 '전권'을 달라는 뜻 아니겠나.

"선거조직은 다양한 국민의 참여와 대표성, 캠페인 전략에 관해 전문성을 갖춘 경험 많은 팀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선대위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대선 본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선거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돼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된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고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조작 선동은 하지 말아야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권이 윤 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도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조작 선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박해윤 기자]
- 윤 후보는 늘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다. 이번 대선 시대정신이라고 보나.

"그렇다.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 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과 번영을 이루는 토대이자 시대정신이 될 거다. 우리 사회의 기본인 법치·정의는 완전히 무너졌고, 나는 최일선 현장에서 직접 목도했고 또 겪었다."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11월 10일 한 언론사 행사장에서 만난 윤 후보에게 귓속말로 1: 1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런 건 아니다. 그날 공식적으로 처음 만났는데 (이 후보가) '앞으로 기회 되면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니 나도 '그럽시다'라고 답했다. 사람 간의 예의 차원의 인사였다. 각자 자기 길을 가면 되는 거지 회동해서 뭘 하겠나."

- 이 후보는 '대장동 특검'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여당은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주임검사로 있을 때 부실 수사 의혹이 있다며 특검에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여당이 '특검 불가'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턴'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혀 아니다. 대규모 비리가 터졌는데 늑장·부실·봐주기 수사를 하면 특검으로 가야 한다. 나와 관련한 의혹은 수사 인력을 투입해 다 해왔다. (책상을 탁탁 치며) 이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리가 있으면 그걸 묶어 '쌍(雙)특검'으로 가는 건 좋다. 그런데 나는 야권 인사다. 이 정부는 내가 검찰총장으로 일하던 2년 전부터 가족이다 뭐다 다 털었다. 정상적인 총장 직무 정지까지 징계해 가면서 온갖 짓을 다 했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투입됐다. 그게 특검으로 왜 가야 하나? (여당이) '고발 사주'라고 얘기하기에 내가 '고발 사주? 그래, 특검 가자'고 했다. 왜? 특검 가면 조금 낫겠더라. 아무 증거도 없는데 (‘고발 사주'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에 구속영장을 쳤다. 특검에 갈 필요가 없을 만큼 과도한 수사를 했다. 또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게 있나? 턱도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후보와 여당이) 특검하기 싫으면 못 받겠다고 버티면서 선거 치르면 된다. (대신) 그런 조작 선동은 하지 말아야지."

- 말씀처럼 가족 관련 수사가 진행 되면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는 이미 여러 정권에서 검증을 거쳤고, 가족 관련 사건도 친여 단체 1곳이 40건 넘게 고발하고, 여권 정치인들이 고발한 사건이지 실체가 없다. 검찰 특수부가 1년 6개월간 방대한 참고인을 불러가며 수사했지만 나온 게 없다. 이 과정에서 별건에 별건 수사를 이어오는 것도 처음 봤다. 엽기적인 일이다. 국민들이 이 모든 과정을 잘 아신다고 생각한다. 단단하고 정직한 공약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 검찰총장 재직 시절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최근 1심 재판에서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나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과정이 얼마나 무법,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국민 모두 보시지 않았나. 1심 판단은 그야말로 '정치권력의 검찰 장악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이런 비상식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힐 거라고 본다."

- 집권하면 공수처는 폐지할 생각인가.

"법이 있고, (여당이) 국회 180석을 갖고 있는데 가능한 일이겠나."

-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직자들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보장이 아니라 법에 따라 하겠다는 얘기다. 이 사람들을 자르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면 하면 안 된다. 보장한다는 적극적 차원이 아니라, 법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 윤 후보의 후임자인 김오수 검찰총장의 경우 2023년 6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마찬가지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어쨌든 임기가 보장돼 있는 사람을 중간에 해임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도 내가 해임이 안 되니 감찰 징계한 거 아닌가. 그런 졸렬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 뭐든지 법에 따라 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乞票'? 정신 나간 얘기"

윤 후보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자영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로 입은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윤 후보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50조 원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걸표(乞票·표 구걸)' 행위라는 표현을 썼다.

"정신 나간 얘기다. 돈 있는 사람들한테까지 보편적 재난지원금이라며 돈을 수십조 원씩 쓴 사람들 아닌가. 정부가 자영업자를 상대로 방역이라는 공익을 위해 영업 제한을 했으면 그에 따라 보상해 주는 게 법적 의무다. 그 산업이 완전히 붕괴하면 국가 전체의 손실이 엄청나다. 이분들(자영업자)이 복지수급 대상자로 전락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긴급 구제를 해야 한다. '베일아웃'(bailout·재정 위기에 처한 기업·국가 등에 대한 긴급구제)으로 구제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지고 재정이 더 쓰인다. 그냥 보편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매표 행위지. (여당은)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하나."

-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생겨 결국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우려도 있다.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받은 대출과 부채가 쌓였는데, (이에 대해) 집중 지원을 하지 않으면 이분들이 헤어날 방법이 없다. 50조 원에는 피해를 등급화하고 지수화해서 지원하는 손실보상이 있고, 임대료 등을 낼 수 있도록 대출 과정에서 정부가 신용보증을 하는 내용이 있고, 신보(신용보증기금) 수수료를 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내용도 있다. 50조 원이 대출되더라도 신보 수수료 부담은 수조 원 수준이다. 여기다 재취업, 재창업 지원까지 합해 최대 50조 원으로 책정했다. 굉장히 정확하게 계산한 거다. 민주당도 이에 대해 뭐라 말을 못 하니 그냥 '마타도어(마타도르·흑색선전)'를 하는 거다."

- 1931년 창간한 '신동아'는 올해 창간 9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1936년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폐간되기도 했고, 각종 필화사건을 거치며 정권의 감시와 탄압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8월 여권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려다가 야당과 여론, 국제언론단체 등의 반발로 '미디어특위'를 구성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과 윤 후보의 언론관에 대해 말해 달라.

"이 정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네 편, 내 편 편가르기' 정권, '내로남불' 정권이다. 자기들은 마음대로 해도 되고 상대방은 적으로 간주한다. 칼과 총만 안 들었다 뿐이지, 모든 매체와 사이버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말살시킨다. 또 그것이 아주 합법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언론중재법도 그 일환이다. 만약 친여(親與) 매체가 자기들(여권)이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공격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아마 봐줄 거다. 그런데 자기들에게 그게(비방) 들어올 때는 언론 관계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담시키고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청구를 해서 옥죄려고 한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네 편, 내 편 따지지 말고 보편적 원리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늘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이다. 이 사람들(문 정부)은 기본이 안 돼 있다."

- 언론중재법이 있었다면 90년 가는 잡지가 나오기 힘들었을 거 같다.

"언론중재법이 만들어지면 신동아가 없어지기 전에 이 정부가 먼저 쓰러질 것이다. 국민의 인식 수준이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군사독재가 들어올 수 있겠나? 누가 쿠데타한다고 성공할 수 있겠나? 마찬가지다. 이런 연성 독재, 연성 전체주의 시도 역시 가능하지 않다. 이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내가 이미 '언론중재법 추진하면 당신들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에 언론중재법 반대 성명을 하러 국회에 가서 '180석이 아니라 300석을 쥐고 있어도 통과 못 시킨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하고 싶으면 해봐라. 그럼 (정권이) 망한다. 신동아가 먼저 폐간되는지 이 정부가 먼저 망하는지 한번 보자."

"기업인 괴롭히기 위해 수사한 적 없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수준으로 내각 임명권 일부를 안 대표 측에 건네는 식의 단일화 합의가 가능한가.

"일단 안 대표가 (최근에야)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니 본인이 대선 캠페인에서 역량을 발휘해서 뛸 수 있도록 지켜보자. 지금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은 거 같다. 다만 정권교체를 위해 뛰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좋은 모습으로 큰 틀에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바람직하다."

이즈음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끝내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윤 후보는 "‘직권남용'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질문 다 하시게 놔두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직권남용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를 입건하면서 적용한 혐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빗댄 그 나름의 '자학 개그'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이후 인터뷰는 30여 분간 더 진행됐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윤 후보는 주요 재벌 기업과도 '악연'이 많다. 그는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비자금 수사를 하며 정 회장에 대한 구속기소를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2012년에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은 이후 재판에서 법정구속 됐다. 2016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다.

- 검사 시절 재벌 기업 수사를 많이 해서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별칭은 오해인지, 그리고 윤 후보가 생각하는 기업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법에 따라 수사했다.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법적 제재를 하면 기업가치가 많이 올라간다. (검사로서) 대주주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에 대해 수사한 것이지, 기업을 수사한 건 아니다. 그런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 조(兆) 단위 분식회계를 하고 여기다 2차 경제범죄까지 저지른 걸 놔두면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을 신뢰하겠나? 신뢰만큼 값비싼 자산이 없고, 불신만큼 허망한 게 없다. 국민께서 시장이 건강하다는 신뢰를 하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소소한 문제로 기업인을 괴롭히기 위해 수사한 적은 없다. 굵직굵직한 문제를 다뤘다. 그것을 안 하면 검찰이 아니다. 지금 대장동 사건 수사 안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안 하면 직무유기다."

이날 인터뷰 중 윤 후보는 이 질문에 관한 답변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 곰곰이 듣다 보면 그가 자본주의와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다시 윤 후보의 말을 들어보자.

"기업이 '돈도 생기고 손해도 피할 수 있는데 이게 드러나겠느냐' 생각해 (시장 교란 행위를) 했다가 나중에 큰 리스크를 지기보다는, 사전 예방이 가능한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수사를 지금처럼 사후적으로만 하면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방법이 많이 있다. (개인이 아닌) 법인에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형법 일부를 개정할 수도 있다. 또 요샛말로 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체제)를 잘 구축해 놓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기업 컴플라이언스가 잘돼 있다."

-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론'과도 접점이 보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정치 민주화건 경제민주화건 (요체는) 한 사람이 독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민주화를 위해서는 권력이 독점되지 않고 국민이 (권력을) 다 나눠 가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에서도 공정한 분배가 중요하다. 또 시장이 반칙에 의해 망가지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공정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각도에서 경제민주화를 이해하고 있다."

- 20·30세대 사이에서 윤 후보가 경선 상대이던 홍준표 의원보다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나.

"나는 솔직히 20·30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청년세대의 인생관, 세계관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솔직한 얘기다. 그러나 한 국가의 기성세대로서, 또 공익을 위해 정치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청년세대가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는 '인프라'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과 주거가 중요하고, 특히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과 보육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잠시 뜸을 들이던 윤 후보는 "지난주 토요일에 이준석 대표와 점심을 먹었다"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솔직히 20·30세대를 잘 모른다"

"이 대표가 지역구인 상계동에서 과거에 출마했을 때 30대 초반 신혼부부를 만나서 '우리가 뭘 해드리면 되느냐' 물었더니, '우리 동네 스타벅스 오게 해달라'고 답했다더라(웃음). 주거·일자리·보육 이런 얘기를 할 줄 알았더니…. 이 대표도 젊은 사람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인데도 그 얘기 듣고 의외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심(內心)으로 들어가면,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기성세대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마치 그들을 잘 알고 있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잘 되지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청년세대가 꿈과 미래를 잘 구축해 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혹시 더 많은 지지를 보내주시지 않겠나(웃음).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세대를 상대로 어설프게 (접근)하는 것은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 대선후보로 선출된 만큼 당무 우선권을 갖게 됐다. 이준석 대표와 관계 설정은 어떻게 했나.

"이 대표는 젊은 층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당당하게 선출된 우리 당 대표다. 나도 입당하면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만큼 같은 뜻과 목적을 가지고 뛰는 파트너다. 손잡고 뛰면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 최근 홍 의원과 통화한 적은 없나.

"하하하. 나도 홍준표 선배를 모시려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가장 닮고 싶은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해윤 기자]

"대통령은 늘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한다"

흔히 보수정당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진보정당 후보는 김대중·노무현을 각각 닮고 싶은 전임 대통령으로 꼽는다. 보수정당에 입당한 지 갓 100일이 지난 그의 생각이 궁금한 대목이다.

-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독재, 유신이라는 그림자를 갖고 있지만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국가의 미래 비전을 설정해 (산업화를)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민주화가 됐겠는가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산업화를 통해 민주화를 이끌어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그렇게 탄압을 많이 받았는데도 화해와 용서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끌어냈고,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극복하면서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분이 IT(정보기술) 기반을 구축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은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또 (DJ가) 보편적 원리에 따라 원칙 있는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윤 후보는 DJ 서거 12주기인 지난 8월 18일 야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DJ 묘역을 참배했다. 박주선·김동철·장성민 전 의원 등 DJ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품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이렇다.

"대통령이 엄청난 권력을 가진 것 같지만, 정치적 카오스(혼돈) 안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늘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갔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두 분(박정희·김대중)은 특히 통찰력을 갖춘 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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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